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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겠습니다

오뎅식당 / 의정부 부대찌개 / 의정부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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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서 그런지 계속 국물 음식만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보영식당에 이어서 이번엔 오뎅식당 입니다. 보영식당 글을 올렸을 때 오뎅식당을 살짝 비교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다녀올 줄은 몰랐습니다. 오뎅식당은 벌써 5번째 방문이지만 처음 글을 남겨봅니다.


오뎅식당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로 처음 시작을 하였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식당 근처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가져다주던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각종 고기들로 볶음을 만들게 되어 판매하다가 김치와 장을 더해 찌개로 만든 것이 지금의 부대찌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뎅식당 이름은 그 당시 부대찌개라는 말을 쓸 수 없어서 포장마차 오뎅집 이름 그대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요일 오후 6시쯤 방문하였는데 다행히 긴 줄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가게 안에 손님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가 앉았는데 바닥이 뜨끈뜨끈해서 엉덩이가 너무 뜨거웠습니다. 다들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둘이서 방문 했기 때문에 2인 한정세트(부대찌개2인+모둠사리+음료1)로 주문했습니다. 오뎅식당에 처음 왔을 때 놀랐던 것은 사리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모둠사리 가격이 부대찌개 1인분과 비슷합니다.

2인 한정세트 (부대찌개 2인+모둠사리+음료1(콜라))=25,000원

먼저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김치, 오뎅, 동치미 세 가지입니다. 김치는 신맛이 조금 강하게 감도는 게 묵은지 같았습니다. 동치미는 일반 식당 동치미와 다르게 사이다 맛의 탄산과 단맛이 거의 없고 짠지 같은 짠맛이 강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담가주셨던 동치미 맛이랑 같아서 맛있었습니다. 오뎅은 튀김 맛이 강한 게 두 번 튀겨낸 거 같은 식감에 달달하니 얼큰한 부대찌개와 어울릴 맛이었습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캡틴아메리카 방패만큼 강력할 것 같은 철판에 담겨 나왔습니다. 모둠사리가 포함된 것인데 보기에는 아닌듯해보였습니다. 모둠사리로 말할 것 같으면 [모둠사리=햄, 소시지, 민찌, 베이컨, 감자만두, 떡, 라면or당면] '내꺼인듯 니꺼아닌 내꺼 같은 (모둠사리)'. 모둠사리가 없었으면 양이 얼마나 들어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엔 빼고 먹어봐야겠습니다.  

멀뚱히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육수를 부어주십니다. 육수는 투명한 맹물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노르스름한 색으로 보리차와 같은 갈색에 가까운 물입니다. 채소를 우려서 만든 채수라고 들었는데 오뎅식당만의 비밀 레시피 비법이라고 합니다.

이제 뚜껑을 닫고 끓기만을 기다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절대 절대 뚜껑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잘 끓고 있는지 너무 끓어서 넘치지는 않을지 라면과 당면은 바닥에 붙어서 먹기 힘든 건 아닌지 이모님께서 우리 꺼만 잊어버리시고 안 열어 주시는 건 아닌지 별일 별 생각이 다 들겠지만 참고 인내하여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오뎅식당의 부대찌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뚜껑에 손이 가면 이모님들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그 손 놓으시오! 그만큼 맛에 대한 확고한 레시피와 철학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보였습니다.

이모님께서 다행히 잊지 않고 찾아주셨습니다. 뚜껑을 열고 가운데부터 휘휘 저으시면서 양념장을 풀어주셨습니다. 이모님이 안 오실까 노심초사한 제 마음도 풀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뚜껑을 덮고 기다립니다. 이번엔 초조하지 않습니다. 금방 오시리라 믿고 기다립니다.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이모님은 뚜껑을 열고 화력을 반으로 줄이신 채 가셨습니다. 그 이후론 새로 오는 손님만 보시곤 눈길 한번 안 주십니다.

면부터 먹습니다. 라면과 당면은 굉장히 쫄깃쫄깃하고 면에 육수가 잘 베어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햄과 소시지는 평소에 잘 먹지 못했던 미국산 맛이 납니다. 보영식당에서는 햄 맛이 평소에 먹던 스팸이나 리챔 같은 맛이었는데 오뎅식당 햄은 확실히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다른 맛이었습니다. 만두는 처음에 닭알처럼 생겨서 희귀한 것을 먹어보나 했는데 그냥 만두였습니다. 길쭉하게 자르지 않은 파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영업시간 : 8:30 ~ 20:30 (연중무휴)

오뎅식당의 장점은 먹고 난 뒤의 깔끔함 인 것 같습니다. 보통 찌개나 칼칼한 국물 요리를 먹고나면 배가 부르면서 뭔가 가득찬 느낌이 소화하기 힘든 기분인데 오뎅식당 부대찌개는 배불리 다 먹어도 속이 깔끔하며 입도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저에게는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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